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에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아봤다. 좋은 책이 많다. 그중 제목이 가장 끌리는 책을 골랐다.
간단한 소개
저자는 교정을 업으로 하는 분이다. 작가의 원고에서 어색한 문장을 교정해 주는 일이다. 책에서는 교정의 대상이 되는 어색한 문장들을 보여준다. 왜 어색한지 이유를 알려주고,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교정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끝까지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마치 국어 문법책을 읽는 기분. 저자도 그걸 예상했는지, 한 편의 소설을 쪼개어 문법 사이 사이에 넣어 놓았다. 덕분에 퀘스트를 수행하는 느낌으로 문법을 익히고, 보상으로 소설을 읽으며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새로 알게 된 것
어색한 문장을 교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아래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글을 쓴다면 보다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쓴다
The man who told me about the murder case that had happened the other day was found being dead this morning.
일전에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해 내게 이야기해 준 그 남자가 오늘 아침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앞의 영어 문장이 관계사를 중심으로 두 번이나 되감기면서 의미를 확장해 나아갔다면, 한국어 문장은 계속 펼쳐졌다. 영어 문장이 되감기는 공간으로 의미를 만들었다면 한국어 문장은 펼쳐 내는 시간으로 의미를 만든 셈이다. 그러니 한국어 문장은 순서대로 펼쳐 내면서, 앞에 적은 것들이 과거사가 되어 이미 잊히더라도 문장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러려면 문장 요소들 사이의 거리가 일정해야 한다.
주어인 ‘man’과 ‘남자’는 다른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영어와 국어는 문장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와 달리 우리 글은 순서대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자연스럽다.
문장의 기준점은 문장 안에 둔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거나 (왜냐하면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내가 쓴 글을 블로그에 등록하면 나와는 다른 독립적인 존재가 된다. 만약 내게는 당연한 사실을 생략하고 글을 쓴다면, 그 글을 읽는 누군가는 그 사실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상한 문장을 읽게 된다.
에필로그
김훈의 소설을 읽을 때면 공연할 걸 확인하게 된다. 가령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같은 접속 부사가 얼마나 쓰였는지, 혹은 보조사 ‘은, 는’과 주격 조사 ‘이, 가’ 중 ‘이, 가’가 얼마나 많이 쓰였는지 따위들. 소설을 읽을 생각은 않고 엉뚱한 계산만 한다.
저자는 소설가 김훈의 문장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삿된 것이 없는 문장. ‘칼의 노래’를 읽었었는데, 느낌이 팍 온다. 겨울, 삭풍, 앙상한 나뭇가지가 생각난다. 이 책의 문장도 비슷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