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포스 14년차

 

리얼포스 14년차

리얼포스 87키를 구입한 것은 2009년, 지금까지 늘 함께 해오고 있다. 여태 고장 한 번 없었고, 여전히 훌륭한 키감을 유지하고 있다. 비싸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함께 한 세월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 앞으로도 현역으로 일을 하는 동안은 쭉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현타, 그리고 지름

그 시절, IT 업계는 근무 강도가 센 편이었다. 프로젝트 사무실 한 켠, 또는 회의실 구석에는 상징처럼 ‘라꾸라꾸’가 놓여있었다. 어느 날인가 평소처럼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개발을 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능력부족을 걱정하며, 풀리지 않는 문제에 무척 답답해 했던 기억이 난다. 하염없이 모니터를 쳐다보다, 생각난 듯 키보드를 두드렸다. 얼마나 반복했을까. 뜬금없이 손가락에 느껴지는 반발감이 무척 거슬리다는 생각을 했다. 1년쯤 사용했던 아이락스 펜타그래프 키보드,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금 상황에서 뻑뻑해진 키보드에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하루 종일 끼고 있어야 하는게 키보드인데, 좀 좋은 걸 써도 되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키보드 세계 탐험은 경이로웠고, 당시 끝판왕으로 불리던 리얼포스로 한방에 갈아탔다. 그 이후로 다른 키보드를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걸 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다. 

프로젝트 종료 루틴

프로젝트가 마무리 될 즈음 꼭 하는 일이 있다. 리얼포스의 키를 하나씩 뽑아 가지런히 정렬한다. 키와 키보드에 쌓인 먼지를 털어낸다. 작은 붓으로 윤활유를 발라준다. 잠시 두었다가 다시 키를 하나씩 제자리에 꽂아준다. 마찬가지로 14년 된 리얼포스 박스에 넣어 이동한다. 그리고 또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개봉하고, 두드리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이 일을 반복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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