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의 청렴교육 후기

 

Photo by Andre Hunter on Unsplash

공공기관 프로젝트에 들어가서 일을 하던 김 과장은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교육받으라고 해서 갔더니 접이식 의자가 줄 맞춰 늘어서 있는 강의장이었다. ‘군대도 아니고, 이건 뭐지?’ 생각하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고 있거나, 슬쩍 눈을 감고 자는 모양새들이다. 

“나는 청탁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요. 하다못해 술 한 번 얻어먹어 본 적도 없어요. 그런데 왜 우리 OO원의 청렴도는 이렇게 낮은 걸까요?”

교육 시간에 맞춰 강사로 등장한 젊은 직원의 말에 ‘그걸 왜 여기서 묻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품, 향응, 청탁, 이런 거 한 번도 받아본 적 없고, 제공해 본 적도 없다는 그 직원은 입사 7년 차에 갓 대리를 달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손을 들었다. 

“사원에게 그런 것 대접해 드릴 이유가 있을까요? 여기서 묻지 마시고, 높은 직급을 달고 다니는 분들께 물어보셔야죠?”

지루하다 보니 별 상상을 다 하게 된다. 김 과장은 별 의미 없는 걸로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생각했다. 앉은 채 졸기는 싫고, 옆 사람처럼 스마트폰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도 고구마 100개 먹은 듯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 끝나고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사이다나 하나 사 가자고 생각했다. 

사무실에 들어와서 사이다 캔을 벌컥벌컥 들이켰더니 속이 시원하다.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다. 불현듯 ‘그 강사로 나왔던 사람, 혹시 돌려 까기 아니었을까? 그래, 아무리 순진하다고 해도 7년 차가 그걸 모를리 없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 마음 변치 않기를 바란다네, 친구’라고 응원하며, 김 과장은 다시 두루뭉술한 요구사항이 가득한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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