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살 거라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왜? 

나이라는 것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몇 살이냐고 물어보면, 잠시 계산하고 답해야 할 정도로 무심한 편이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가 보다. 언제인가 부모님의 전과 같지 않은 모습에 당황했었고, 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때 쯤 눈에 들어온 책 제목에 끌려 읽게 되었다. 

끈 떨어졌다

젊은 시절에는 인생을 뜻대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가 충만했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은 것임을 살아가며 경험하게 된다. 그럼에도 망각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젊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때는 나이가 듦을 의식할 틈이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능력이 떨어진다. 운동 능력이 예전만치 못하고, 사고력이 떨어짐을 느끼기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인이라 불리는 시기는 점점 늦춰지고는 있지만, 막을 수는 없다. 그 때 필요한 삶의 지혜를 먼저 경험하고 계신 이근후 선생님 글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백수의 시니어들끼리 모이면 이만한 고관대작 모임이 없다.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과거에 잘나갔던 이야기들이다. 왜 그럴까? 예전만치 못한 현재의 모습을 감추고 싶어서다.

나는 그가 남들보다 많은 것을 갖고 있다고 일깨워 보았다. 그동안 연구도 많이 했고, 후학들도 잘 가르쳐 놓았으며, 알뜰하게 저축한 자산도 있고 연금도 나오니, 그는 노후 준비가 매우 훌륭한 편에 속했다. 게다가 퇴임 후 이곳저곳에서 강의하며 소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지난날을 생각하면 헛되게 살아온 것 같고, 미래를 떠올리면 암담하기만 하단다.

‘끈 떨어졌다’는 말이 생각난다. 자신을 사회적 지위와 관계 속에서 바라보며 살아 왔다면 은퇴는 날벼락이다. 사회적 지위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관계는 대부분 단절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시작되는 하루는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지나온 과거도 중요하지만, 살아가야 하는 오늘도 중요하다. 현실을 인정하고, 나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배우자를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둘째, 배우자를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 …… 좁은 시각으로 배우자를 재단하고, 낙인찍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함께 한 세월이 길면 길수록 상대에 대한 선입견은 더욱 굳어지게 된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들면, 나의 잣대로 재단하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나도 나에 대해 제대로 알기 힘든데, 어찌 남의 속내를 제대로 알 수 있을까. 게다가 잘못된 선입견이 굳어지면 교정하기도 쉽지 않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말을 쉽게 할 것이 아니구나.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는 것이 최선이다. 비단 배우자 뿐만이 아니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겠다. 

건강한 관계는 감정을 안전하게 나눌 수 있을 때 형성된다. 그러므로 자기 감정을 알리고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감정 조절의 첫 번째 열쇠다. 

쓸모없는 물건을 버려서 깨끗한 생활환경을 만들듯이, 쌓인 감정도 해소해서 정서적으로 단순한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그 방법이 바로 자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와 표현하기다. 

그렇다고 맞지 않는 부분을 마냥 방치하면 곤란하다. 나의 감정을 안으로 쌓아두지 말고, 나눌 수 있어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또 상대의 감정을 알아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누구의 옮고 그름, 잘잘못을 찾는 것이 아니다. 표현의 기술을 틈틈이 연마해 보자. 

나락

도가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나락이다.” 무엇이든 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고에 사로잡혀 다른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자기만의 세상에 발목을 잡힌다. 그러므로 당신 앞의 현실을 전부라고 판단하지 말라.

종종 돌아보는 메모 중에 ‘남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자’가 있다. 과거의 경험이 불현듯 떠오를 때면 무척이나 오그라드는(?) 기분이 드는 탓이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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