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권력 (feat. 에디톨로지)

 

원근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중학교 때 미술 수업 시간이다. 포마드를 바른 듯 정돈된 머리와 깔끔한 캐주얼 정장, 풍채 좋은 미술 선생님의 설명에 감탄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후로 빈 여백에 선을 그리고, 사물을 채우고는 했다. 

당시 배운 원근법은 서양의 원근법이었다. 선원근법이라고 한다. 시선의 시작점은 한 곳이다. 한곳에서 바라보는 전체를 화폭에 표현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베르사유의 정원은 국왕의 시선이 시작되는 곳에서 모든 것이 대칭을 이루고 있다. 그 자리에서만이 모든 것을 한눈에 조망하며, 완벽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동양에도 원근법이 있었다. 역원근법이라고 한다. 서양과는 달리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다. 위에서, 왼편에서, 오른편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동시에 표현된 그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원근법은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대상을 달리 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생각을 좀 더 확장하면 시선의 주도권을 가진 자에게 권력이 부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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