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제목에 편의점이 들어간 소설책을 보고 자연스레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평균에서 한참을 벗어난 아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시작한다. 보통 아이와는 전혀 다른 사고와 감정 체계를 가지고 있다. 너무 이상해서 소시오패스가 나오는 잔인한 소설인가 검색해보기도 했다. 과연 이 아이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읽다 보니 주인공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싶지만, 평균을 한참 벗어난 탓에 방법이 없다.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성인이 되어 우연히 자리 잡은 편의점 알바 자리는 도피처이자 오아시스였다. 비록 흉내였지만, 남들 눈에는 보통사람처럼 보이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결국에는 편의점에 최적화된 인간이 되었다. 이제는 그곳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소설이니 극적인 사건이 있어야겠지. 그녀의 인생에 한 남자가 들어온다. 그녀처럼 평균을 한참 벗어난 남자였다. 서로 필요에 의해 쇼윈도 연인이 되는가 싶더니, 평균을 한참 벗어난 연인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이해서 책을 읽던 초반에는 SF 소설이 아닐까 생각했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 행동이 너무 이상했거든. 중간쯤 반전처럼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상상도 해봤다. 

‘사고로 뇌가 정지된 아이에게 인공지능 뇌를 이식해서 살려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사람 사는 세상에 적응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겠지? 스스로 사람의 감정을 배우고, 공감하는 건 아직 어려울 거고. 머릿속에 있는 인공지능 뇌의 존재를 모르는 주인공, 혼란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일까?’ 

 

평균을 벗어난 사람의 인생을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대부분 평균에 속한 다수의 편견에 시달릴 것 같다. 부족하다면 연민, 또는 조소, 넘친다면 존경, 또는 시기가 뒤따르겠지. 부정적인 시선을 이겨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소설 속 주인공도 그런 시선을 힘겨워한다. 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애써 평범하게 보이기 위해 친구를 만나는 척하고, 남자친구가 있는 척하고, 주변 사람의 말과 행동을 흉내 내며 살아갈 뿐이다.

주인공의 안쓰러운 노력에서 가녀린 초식동물이 보였다. 약육강식의 세계, 무리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써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거든.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평범하거나 비범하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간에 걱정거리 없는 사람은 없겠구나.’

초식동물이든 육식동물이든 걱정거리가 없을까? 사람도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 문제를 어떻게 대하며 살아가는 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겠지. 걱정거리로 만들고 천착하면 지옥문이 열릴텐고, 반대로 주인공처럼 나름의 해결방법을 만들고 노력해 간다면 평온할 수 있는 것이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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