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여느 농장의 가축들과 다름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매너농장의 가축들은 명품 수컷 돼지인 메이저 영감의 연설 덕분에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각성을 한다. 이는 주인이었던 존스를 힘으로 쫓아내는 계기가 되었고, 주인 없는 농장은 그날로 동물농장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동물농장의 일상은 처음에는 행복한 듯 보였다. 동물들은 평등했고, 전보다 일을 덜 하면서도 풍족하게 먹을 수 있었다. 편히 쉴 수 있었고, 더는 내일을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동물들의 평등한 관계가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어져 가면서 일상은 균형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처음의 여유 있던 생활은 점점 각박해져 갔고, 주인 밑에서 가축으로 지내던 시절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하면서도 오히려 먹을 것은 줄어만 갔다.

반면 지배층으로 군림하기 시작한 돼지와 그 일당은 인간의 행동을 닮아가며 군림하기 시작했고, 현실과 다른 동물들의 기억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조작된 과거를 의심하는 일부 동물들도 있기는 했으나, 마치 세뇌라도 당한 듯 선동에 이끌린 양 떼들은 그런 의심을 싹 피우지 못하도록 방해만 한다.

결과적으로 깨어있지 못했던 동물들은 다시 가축의 생활로 돌아갔다. 평등했던 생활은 잠시로 끝나버린 채, 결국 주인만 바뀐 꼴이 된 것이다.

생각보다 분량이 적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사건들과 가축들의 면면이 러시아 황제와 혁명, 그리고 스탈린 체제의 변화를 동물농장에 빗대어 제대로 풍자한 작품이다. 그다지 어거지처럼 느껴지지 않는, 게다가 읽는 재미까지 있어 좋았던 책. 일부 동물들의 행태에서 우리 현대사에 등장하는 고약한 인물들의 모습이 투영되었던 점은 안습.

참고

  • 매너농장 – 동물농장의 전신.
  • 존스 – 농장 주인. 동물들에 의해 매너농장에서 쫓겨난다.
  • 돼지 – 지식인이자 지배층. 초기 나폴레옹과 스노볼의 쌍두체제를 구축. 나폴레옹은 9마리의 강아지를 사나운 개로 키워 스노볼을 몰아내고 독재체제를 구축. 이후 스노볼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몰아 체제를 유지함.
  • 스퀼러 – 돼지이며 타고난 설득력으로 나폴레옹의 지배와 특권을 정당화하고, 모든 안 좋은 일을 스노볼의 탓으로 돌림.
  • 복서 – 힘 좋은 말. 우직한 성품과 성실함. 중요한 사건마다 모순이 있음을 느끼지만, 둔한 머리 탓에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스퀼러에게 설득당함. 열심히 일 하자와 나폴레옹은 무조건 옳다는 신념을 가짐.
  • 벤자민 – 나이 많은 당나귀. 방관자적 입장이나, 복서가 폐마업체에 팔려 나갈 때 울분을 토함.
  • 양들 – 스퀼러의 의도대로 집회나 모임을 만들어주는 생각 없는 나팔수.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