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 먼저 자신의 과거를 생각해 본다. 여러 사건들이 요약되고, 개념화되어 재구성 된다. 이를 두고 ‘나는 내 기억이 편집된 결과다’라고 이야기 한다. 명쾌하다. 그런데 나를 소개하는 말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생각해 보자. 학교, 모임, 직장 등에서 늘 똑같은 말로 자신을 소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를 두고 ‘상황이 달라지면 내가 기억하는 나는 달라진다’라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개인을 어떻게 바라볼까? 두 가지 관점이 있다. 사회, 문화, 역사와 연관 지어 바라보는 관점이 있고, 그런 환경과는 별개인 ‘진공 상태의 개인’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진공 상태의 개인’은 짧은 시간 급속히 성장한 미국의 경우다. 성과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나타나는 특징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덕분에 압축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을 ‘피로사회'(한병철)라는 용어로 설명해 주는 책도 있다.
스티브 잡스의 ‘드라마틱한 생애와 화두가 담긴 연설’과 빌 게이츠의 ‘교과서적인 모범 연설’을 비교해 주는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프로이트의 이론이 어떻게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들었다. 요약하자면 우리에게 편집할 수 있는 여유를 남겨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것들이 에디톨로지를 깨우치려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기는 한데, 시선과 장소를 빌어 이야기해 줄 때만큼 와닿지는 않았다. 아마도 심리학에 익숙하지 않아 그랬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