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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젊음과 돈, 둘 모두를 가지고 있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가난하지만 젊은 미술가(민희도)가 있다. 그는 사채에 시달리는 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돈이 걸린 도박에 자신의 몸을 걸었다.

부유하지만 노쇠한 기업가(박노식)가 있다. 그는 젊은 몸을 얻기 위해 돈이 걸린 도박에 자신의 돈 일부를 걸었다.

그러나 그건 사실 도박이 아니라, 박노식의 각본대로 움직이는 함정이었다. 결국 민희도는 몸을 바꿔치기 당한다. 자신의 남은 인생을 몸과 함께 박노식에게 빼아긴 그는 변해버린 외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없다. 그렇게 실의에 빠진 채로 살아간다.

젊은 몸을 얻은 노인의 인생은 다시 생기를 찾았다. 그러나 그의 성격 때문인지 외로움만은 채울 수가 없었다. 그 때문일까? 노인은 돈으론 살 수 없는 민희도와 그 애인의 사랑에까지 욕심을 낸다. 그녀의 민희도에 대한 애정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누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여기엔 절대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바로 두 사람만의 추억을 노인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덕분에 자신의 몸을 되찾고 싶었던 민희도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다시 한 번 찾아온다. 자신의 몸을 되찾거나, 또는 자신의 기억을 빼앗길 수도 있는 내기가 성립한것이다. 박노식은 또 다시 내기에서 이긴다. 그리고 수술대에 나란히 누운 두 사람과 또다시 수술을 집도할 김박사가 화면에 잡힌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여기서부터다.

김박사는 마취된 민희도 옆에 누운 박노식에게 이야기 한다. ‘뇌를 이식할 수 있을 만큼 일치하는 사람을 찾을 확률은 수천만 분의 일이다. 너희는 아무렇지도 않다… 혈연 관계가 아니고서는…` 박노식은 마취로 감기는 눈을 애써 띄우며 뭔가를 이야기하려 한다. 그것도 잠시, 그는 두 줄기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는다.

그리고 다시 민희도와 그녀의 일상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펼쳐진다. 민희도의 뒷목에는 수술 자국이 없다. 한참 졸고 있던 민희도를 찾아온 그녀 앞에서 점심을 먹고 난 그는 박노식과 같은 눈빛과 스타일로 담배를 피운다.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도 영 개운치가 않다. 민희도의 뒷목이 깨끗하다? 수술은 어케 된거지? 게다가 담배를 태운다? 자다가 정신없이 일어난 걸 보면.. 혹시 민희도의 한바탕 꿈이 아니었을까? 무슨 파리의 연인도 아니고, 설마 그런 장난을 치진 않았겠지 싶다.

영화에서 민희도의 삼촌과 박노식은 내기를 좋아하는것으로 나온다. 또 박노식의 집에는 꽤 인상적인 그림들이 많았고, 그의 젊은 부인은 미술 갤러리를 운영하는 걸 보면 민희도와의 사이에도 공통점이 보인다. 아마 가족 관계임을 암시하는 복선이 아니었을까. 마지막 김박사의 말은 복선에 강한 힘을 실어 준다.

그래도 개운치 못한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선명히 드러난 민희도의 뒷목이 너무 깨끗했다는 점이다. 제작진의 실수인지, 아니면 의도인지 궁금하다. 하긴 뇌 맞바꾸기에다 기억 이식까지 하는 마당에 흉터 제거 쯤이야 김박사의 마지막 서비스였는지도 모르지.

영화는 재미있었다. 마음것 상상해보라는 숙제를 받은 것 같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민희도의 뒷목에 흉터 자국을 그냥 두는 것이 어땠을까? 옥의 티로 느껴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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