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이사를 하면서 처음 전입신고를 했다. 그때는 확정일자를 받지 않아도 될 이유가 있어서 전입신고만으로 끝냈었지만, 이번에 직장 사정으로 새로 전세집을 구하면서 처음 확정일자를 받게 되었다. 주소를 옮기고픈 마음은 별로 없었지만, 전세 보증금의 안전을 위해서는 전입신고 후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에서 등기부등본 확인하고, 잔금 치루고 봄바람 속으로 나섰다. 사실 봄바람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강력한 맞바람을 맞으면 동 주민센터(구 동사무소)를 찾아 갔다. 은행에서 보던 번호표가 주민센터에도 있다. 100번, 기분 좋은 번호 덕에 괜스레 기분도 좋아진다. 🙂 5분 정도 기다린 후 창구에 섰다.
직원 : “어떻게 오셨어요?”
본인 : “전입신고랑 확정일자 받으려구요”
직원 : “저기서 전입신고서 작성해 오세요!”
본인 : “네”
아, 미리 작성해야 하는 서류가 있었나 보다. 작성하러 가는 잠깐 사이에 몇가지 생각이 스친다.
‘전산화 되었는데, 뭘 또 쓰라는거지? 그냥 신분확인하고 주민번호로 이전 주소지 조회하고, 계약서로 새 주소지에 전입신고 해주면 될 텐데..’
암튼 간략히 기입하고, 다시 창구에 제출하니 능숙한 솜씨로 처리해 준다.
직원 : “지금 전입신고 끝났습니다……”
직원 : “지금 확정일자 끝났습니다……”
직원 : “자동차 번호판은……”
직원분이 앞에 서 있는 제게 진행 상황을 바로 바로 알려주면서 처리하시는 폼이 서비스 마인드가 제대로였다.
수수료 600원과 함께 끝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끝내고 나오면서, 뜬금없이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간단히 끝나는거구나 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어르신들께 듣던 문턱 높은 관공서의 느낌이 아니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또 다시 새로운 도시의 주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