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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 김초엽 지음/허블 |
가장 큰 반전은 말이지.
이 책에서 가장 큰 반전은 작가의 말에 있는 가짜 버스정류장이었어.
우주 정거장에서 우주선을 기다리는 안나의 이야기는 ‘가짜 버스 정류장’에 대한 기사를 보고 떠올렸다. 독일에 있는 이 정류장은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는데, 요양원 노인들이 시설을 나와 길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되었다고 한다. 해가 저물고 노인들을 데려가는 것은 버스가 아닌 시설 직원이다.
넛지란 책이 생각났어. 노인들의 지친 발걸음은 자연스레 버스정류장으로 향할테고,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며 어딘가를 그리워하며 기다리겠지. 안전함은 덤 이랄까. 감동이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오히려 문을 더 굳게 걸어 잠그고, 가둬두지 않았을까?
SF 소설인가?
요즘 책에 손이 잘 안갔어. 이런 때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책 한 권 읽으면 다시 발동이 걸리기도 해. 마침 예스24에서 한창 잘 나가는 책이라고 해서 골랐거든. 처음에는 이게 뭔 내용인지 감이 안잡혔는데, 읽다 보니 SF 소설이었네.
SF 소설인 듯 하지만 순도 100%는 아닌 것 같아. 사람이 사이보그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 치면, 70% 쯤 진행되었다고 할까? SF 소설이지만, 인간계와 닿아있는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느낌? 그리고 전반적으로 여린 감성이 잔잔히 깔려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인간의 뇌를 스캐닝한다면?
인간의 뇌를 스캐닝해서 보관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생겼어. 그렇게 스캐닝한 그것(데이터? 프로그램? 마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사람처럼 관계 속에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면 단지 스냅샷처럼 최종 데이터만 담고 있는 하드디스크와 동일한 물건인걸까? 아니면 고스트 처럼 새 몸을 옮겨가며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시금석이 될까?
엄마가 보고 싶다.
SF는 작가가 생각하고, 상상하며, 고민한 것들을 풀어내기 위한 도구라는 생각을 했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술술 읽어 넘기기에는 생각할 꺼리들이 많았거든. 다 읽고 나니 엄마가 보고 싶다.